보흐단 시냡스키, 28세, 배우이자 음악가. 도네츠크주에서 멀지 않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2010년부터 하르키우에서 살고 있었기에, 2015년도 본가가 있는 데발체보시의 점령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하루키우에서의 전투는 보았다.
그는 올해 2월 22일부터 24일까지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식료품 등을 사기로 했다. 그리고 둘은 전면적인 러시아의 공세가 있더라도 도시를 떠나지 말자고 결정했다. 아내의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여 혼자 남겨둘 수 없고 그들에게는 고양이, 개, 토끼 그리고 물고기도 있다.
보흐단은 24일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에 잠에 들지 않았다. 아침 5시에 폭발음을 듣고 아내를 깨웠고 창문도 없는 복도에 앉아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는 이미 각오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자 그 각오가 충분치 않았음을 깨달았다”라고 보흐단은 말한다. “지금도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 믿기지가 않는다. 아직 충격 상태에 있다.”
결국 그의 가족은 시내 중심에 있는 친구의 카페 지하실로 옮겼다. 현재, 그 지하실에는 임신 9개월의 여성을 포함하여 16명이 머물고 있다. 건물에는 커다란 주방이 갖추어져 있어 여성들은 빵을 굽고 자원 봉사자들이 그 빵을 도시로 나른다. 하르키우의 많은 가게와 슈퍼는 심각한 손상 및 정전, 그리고 수도 및 난방 문제로 인해 문을 닫은 상태이다. 약국은 반 폐쇄 상태로 운영 중이며, 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시민들이 약국 소유주의 허가를 받아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 이러한 사실을 자원 봉사자 채팅창에 알린다. 이 채팅창인 텔레그램 채널은 도시의 통신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침공 사흘째 되는 날에 보흐단과 친구는 함께 하르키우주 행정청사에 자원하여 영토 방위대에 입대했다. 통금 시간이 시작되자 그는 아내에게 돌아갔고 친구는 행정청사에 남았다. 그리고 3월 1일 밤, 러시아 미사일이 행정청사 건물에 명중했다.
“우리는 폭발에서 깨어났다. 마치 우리 집에 맞은 것처럼 그 폭발은 강했다. 행정청사에 있던 친구로부터 한동안 연락이 없었지만, 결국 무사하다고 전해 왔다.”
그 전날도 너무 힘들었다. 침공군은 더 이상 숨기지도 않고 도심 근처의 주거 지역을 공개적으로 폭격하기 시작했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분노를 느꼈다. 무엇을 더 두려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최악의 상황은 이미 벌어졌다. 나는 내 친척, 친구, 지인의 생명만이 두렵다. 이 도시와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하루빨리 우리에게 유리하게 끝나기를 꿈꾼다”라고 보흐단은 말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보흐단은 인도적 자원 접수처에서 자원 봉사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오랜 시간 아무 것도 계획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나는 지금 손에 무기를 들고서 모두가 두려워했던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군대를 격퇴하러 가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을 완벽하게 신뢰하고 있다.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안 된다면 숨어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이겼을 때 도시를 다시 세우고 삶을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